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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야기/서부

Sleepless in Seattle

90년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시애틀 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주간의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시애틀을 관광한 다음, 다음날 볼티모어 공항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었는데...숙박 장소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완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죠...--;;

딱 하루 여행하는 것이라서 렌트를 안하고 시내에 있는 호텔을 프라이스라인 bidding했는데 실패. 결국 위치와 가격만으로 Kings Inn이라는 곳에 묵었습니다. 왠 젊은 친구들이 팬티만 입고 다니며...술 먹고 담배 피고 소리 치고...샤워기가 잘 안나와 고쳐달라니 기술자가 없어서 못하니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배짱...시애틀이 위도가 높아 해는 9시 반이나 되서 지더군요. 참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애틀의 이미지까지 구겨져 버렸지요. (그뒤로는 아무리 싼 호텔이라도 평점이 나쁜 곳은 절대 가지 않습니다.)

1. 스페이스 니들과 시애틀 센터

시애틀에서 처음 찾아 간 곳은 스페이스 니들이었습니다. Kings Inn이 위치는 좋아서 걸어 갈 수 있었습니다. (위치만 보고 선정했으니깐요...--;;) 스페이스 니들은 시애틀 센터에 있는데,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조성한 곳이라고 합니다.


스페이스 니들입니다. 높이는 184m라고 이고, 원반부분은 지상 150m에 떠 있다고 합니다.


사방으로 시애틀 시내와 주변 자연경관이 잘 보입니다.


크루즈를 타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왠지 크루즈에 시선이 갑니다. 잘 먹고 잘 쉬었지요...ㅎㅎ


왼편이 NFL 시애틀 Seahawks, 오른편이 돔구장인 MLB 시애틀 mariners 홈구장입니다. 시애틀에 가면 유달리 일본 안내판이 많은데, 이치로 덕분에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나 봅니다. 시애틀 공항에서 부두로 가는 셔틀에서도 운전기사의 주요 관심사가 이치로의 11년 연속 200안타 달성여부였습니다. (결국 실패했지요...) 이치로는 시애틀에서 최고 스타였습니다.


지우가 전광판을 보고 있는데, 버튼을 돌리면 창밖으로 보이는 장면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나 알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시애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습니다. 시애틀 전망대 위에는 여러가지 놀이거리와 마실거리가 있습니다.


스페이스 니들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시애틀 센터를 둘러보았습니다. Experience Music Project 뮤지엄이 눈에 띕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의 고향 답게 록 뮤직 박물관입니다. 건축이 참 특이하죠. 깡통 모양을 사랑하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입니다.


시애틀 센터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던 공간입니다. International Fountain.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르락 내리락 하면 뛰어 놉니다.


물이 멎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샌가 물이 뿜어 올라 아이들은 혼비백산합니다. 지우가 참 즐거워 했습니다.


갈매기까지 분수를 즐기러 온 것일까요?


2.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시내 구경


모노레일을 타고 시애틀 시내로 향합니다. 시애틀 시내가 크지 않아 모노레일을 타고 웨스트레이크 센터에 도착하면 거기서 걸어서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입니다. 퍼블릭 마켓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남대문 시장처럼 번잡한 것이 정겹습니다.


스타벅스 1 호점이 여기서 시작되었다지요. 너무 사람이 많아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퍼블릭 마켓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여러개입니다. 다른 곳에 들러도 스타벅스의 예전 자취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옛날 로고입니다. 인어모양과 색깔이 확연히 다르지요.


지우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다니나 목이 말랐습니다. 우연히 '시장갈비'라는 한국 상점(갈비집은 아니랍니다 ^^;;)을 발견해서 음료를 주문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한국 사람을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특히 이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더욱 그렇죠..


슬러쉬도 마시고, 시장 가운데 있는 돼지에도 올라타보고... 지우가 다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정말 우리 동대문이나 남대문 같은 곳이었습니다. 북적북적대고, 정신없고, 낡고...그래서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무조건 새 건물 만들고 백화점 흉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애틀 미술관 앞에 있는 망치를 든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컸습니다. 시애틀 미술관은 시간관계로 스킵...

3. 시애틀을 떠나며...

다시 돌이켜 보니, 시애틀도 추억이 많은 곳이네요. 우리 가족이 9년만에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한 2011년 여름, 마지막 행선지가 시애틀이었군요. LA에 샌디에고에, 그리고 서부로, 또 알래스카 크루즈에 이미 지쳐있던 상태라 더 편하게 즐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애틀은 역시 커피의 도시입니다. 시애틀 베스트 커피가 '실제 퍼블릭 마켓 커피의 원조는 나'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

 

시애틀에서 마지막 맛본 새우 칵테일도 독특했습니다. 그곳에서만 보았던 Ivar's Fish Bar였습니다. 1938년부터 시작되었다네요.

 

또 하나, 알래스카 항공의 마크도 참 푸근했습니다. 이누이트족 아저씨의 얼굴.



지우가 알래스카 크루즈에서 실제로 보았다며 공항에 전시해 놓은 고래 꼬리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시애틀이여 안녕..이제 나는 집으로 갑니다. 오랜 여행에 지친 지우가 서둘러 집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며 시애틀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 레이니어 마운틴을 보았습니다. 흰눈에 뒤덮여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시애틀을 정리하면서 'Sleepless in Seattle'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Kings Inn에서의 괴로움이 담겨있는 제목이기도 하고, 또 커피의 도시여서 붙인 제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9년만의 첫 가족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시애틀을 다시 떠올리니 3주간의 여행의 추억과 여운이 다시 떠올라 잠을 이루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여행은 우리 가족을 더 새롭고 단단하게 묶어주기 시작한 고마운 여행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