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 이야기/서부

사막의 신기루, Las Vegas ① - KA 쇼

우리 지우는 미국에서 여행다닌 도시 중에 라스베가스를 최고로 좋았던 도시라고 얘기합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던 LA도, 뉴욕의 그 많은 장난감 가게와 뮤지컬도 라스베가스가 주었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루한 사막을 끊임없이 가다가 신기루처럼 도시가 나왔고, 그 도시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멋진 호텔들과 갖가지 볼거리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특히,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KA 쇼'는 지우가 여행을 다녀와서도 지우로 하여금 계속 유튜브를 찾게 만들었지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서 메리포핀스를 최고로 쳤던 지우에게 메리포핀스가 KA 쇼보다도 좋냐고 물어보면 역시 고개를 흔듭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KA 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군요. KA 쇼는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우에게도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음악적, 극적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KA 쇼는 태양의 서커스가 연출한 라스베거스 쇼 중 하나로 MGM 그랜드 호텔에서 상연되고 있습니다. KA는 '불'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라스베거스에서 몇 안되는 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쇼라고 하더군요. 쌍동이 남매인 왕자와 공주가 자신의 부모와 왕국을 잃고 각자 헤어져 모험을 떠나고, 각자 여러 곳을 배회하면서 또 여러 인연을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시 자신의 왕국을 찾으려 돌아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무대와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운드,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는 서커스의 향연이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비웃습니다.


카쇼 포스터입니다. 그저 포스터 사진이 아니라 실제 무대장치는 이것보다 더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사람이 주인공인지 무대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이지요.


카쇼가 열리는 MGM 그랜드 극장입니다. 처음 극장을 들어서면 삼면으로 둘러쌓인 무대와 무대 전체를 울리는 배경음악에 압도됩니다.

라스베거스에서는 KA쇼 말고도, 태양의 서커스에서 하는 O쇼가 유명한데 이것도 정말 훌륭하답니다. 라스베가스 여행에서 동행했던 모 일간지 문화부 기자분은 O쇼와 KA쇼를 모두 보았는데 모두 훌륭한 쇼지만 서커스적인 면에서 O쇼가 더 낫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분은 "라스베가스 쇼는 정말 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태양의 서커스도 한국에 오는 것은 무대를 옮길 수 있는 수준의 공연이다. 하지만, 카쇼같은 라스베가스 쇼는 오로지 라스베가스에서만 볼 수 있다. 이것은 차원이 다른 쇼다"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KA 쇼 맛보기 (Youtube)

참, 같은 라스베가스 쇼라도 쥬빌리 같은 예전 방식의 쇼보다는 KA 쇼나  O 쇼 같은 태양의 서커스 쇼를 추천합니다. 아는 분이 쥬빌리 쇼를 보고 오셨는데, 태양의 서커스 쇼를 볼 걸 하며 정말 후회하시더군요. 일단 어린이들이 같이 볼 수 없고요, 무희들이 나와서 여러 테마에 따라 쇼를 보여주는데 좀 식상한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군요. 원래 다른 쇼를 보고 싶었는데, 관광회사에서 강권하는 바람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2011년 여름 삼호관광 투어에 참여해서 1인당 150불 (아이는 130불)을 옵션으로 지불하고 쇼를 보았는데 (평일날 왼쪽 중간정도 자리), 당시 인터넷 예매 보다는 살짝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쇼도 안내해주고 예약도 해줬는데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했죠 ^^*

라스베가스 첫번째 이야기를 결국 KA 쇼로 채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말합니다. 라스베가스에 가서 쇼를 보지 않으면 가지 않은 것과 같다고... 그 정도로 라스베가스 쇼는 하나부터 열까지가 다르더군요. 개인적인 느낌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KA 쇼를 본 것만으로도 서부 여행을 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분도 보았습니다. 저도 사실 그랜드 캐년 보다는 KA 쇼가 더 깊은 인상을 주었을 정도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쇼의 극한의 경험이라고나 할까요...눈과 귀로 직접 느끼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