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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야기/중부

King of Cities, Chicago ① - 건축과 예술이 만나다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서 아내도 관심을 갖고 블로그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이런 관심과 코멘트는 제가 블로그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며칠전 아내가 '시카고는 언제 쓸거야?'라고 물어 보더군요. 나는 '응, 쓰긴 써야지. 그런데 어떻게 써야할 지 아직 모르겠어서...'라고 대답했지요.  

'미국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물음에 나와 아내는 '시카고'라고 대답합니다. 지우도 '시카고 또 가보고 싶어요.'라고 거듭니다. 시카고는 그런 도시였습니다. 아내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였고, 제게 가장 각별했던 도시였습니다. 시카고 불스의 도시였고, 건축가 미스 반 데로의 자취가 남아있는 도시였거든요.그래서 어떻게 써야할 지 더 고민하게 만드는 도시였습니다.

시카고 여행은 짧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정말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시카고에 처음 들어섰을 때 우리 눈을 사로 잡았던 멋진 야경,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멋진 건축물, 도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예술작품, 도심의 공원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했던 밀레니엄 파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도심 열차 엘(L), 그리고 뉴욕 못지 않은 박물관들까지... 뉴욕과 비슷하지만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이 시카고에 있었습니다.

시카고는 '건축의 도시'라고 합니다. 유명한 건축가들의 훌륭한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죠. 시카고가 건축의 도시가 된 배경에는 '시카고 대화재'가 있습니다. 1871년 시카고에 대화재가 일어나고, 도시의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합니다. 이후,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당대 유명했던 많은 건축가들(이들을 '시카고 학파'라고 한다지요)이 도시 건축에 참여했고, 이들이 남겨 놓은 유산들이 건축의 도시 시카고를 만드는 토대가 되었지요. 

시카고의 고층빌딩들은 그저 고층빌딩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빌딩들이 피카소, 미로, 샤갈과 같은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대형 미술품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자칫 건조하기 쉬운 고층 빌딩숲에 양념을 치고 윤기를 주고 있었지요.


알렉산더의 콜더(Alexander Calder)의 '플라밍고'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지요. 나중에 보스턴 MIT에서도 콜더의 작품 T'he Image of Big Sail'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갑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장 찍어 보았습니다.



피카고의 무제(Untitled)입니다. 데일리 센터 앞에 있습니다.


강철로 지은 31층 빌딩, 데일리 센터입니다. 철골이 부식되어 녹이 스는 데 그 녹이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별히 페인트 칠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고 녹 자체가 독특한 색깔과 개성을 부여합니다. 이런 철골 구조물 (Steel Skeleton) 양식은 미스 반 데로가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너무 밋밋하고 멋도 없는 건물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건물의 공간 효율성과 실용성을 철학으로 한 혁신적인 건축양식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돌을 쌓아올려 건물을 지었거든요.


가운데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리글리 빌딩(Wrigley Building), 그 오른쪽이 트리뷴 타워(Tribune Tower)입니다.


트리뷴 타워입니다. 시카고 트리뷴 사옥인데, 빌딩 바깥벽에는 만리장성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물들의 일부를 박아 놓았습니다.


그 파편 중에는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파편도 있습니다. 테러로 녹아내린 철강 파편인 것 같습니다.


트리뷴 타워 옆 광장 (리글리 빌딩 건너편)에는 대형 마릴린 먼로 동상이 서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입니다. 특히, 마릴린 먼로 치마 밑에 들어가 사진 찍기 놀이를 다들 재밌어 하네요. 얼마전 이 동상에 대한 찬반 여론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래도 이런 특색 있는 조형물이 있으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우가 아주 좋아한 옥수수 건물, 마리나 타워입니다. 일종의 주상복합 건물이라는데, 개방된 주차장 모습이 이채롭니다. 저층 부분을 보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보입니다.


멀리 Willis Tower (구, 시어즈 타워)가 보입니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고,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트럼프 타워입니다. 시카고에서 두번째로 높은 빌딩이지요.


톰슨 센터입니다. 외관도 특이하게 생겼지만, 뻥 뚫려 있는 내부구조가 더 재미있습니다.


톰슨센터의 내부입니다. 이날 문을 닫아서 아쉽게도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또 한군데 들어가지 못해 아쉬운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커리 빌딩인데요. 그 안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빛의 정원이라는 홀이 있답니다. 경비 아저씨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사정을 해봤는데, 결혼식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고군요.

왼쪽 차가 앞에 있는 건물 말고 그 다음 보이는, 약간 짙은 갈색의 건물이 루커리 빌딩입니다.



루커리 빌딩은 1886년 건축된 최초의 철골구조물 양식의 건물이랍니다. 철골 구조(skeletal frame)에 벽돌을 쌓아올리는 전통적 조적조 방식(mansory)을 결합했다고 쓰여 있네요. 이 철골방식 덕분에 고층 빌딩 건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후안 미로의 시카고입니다. 모녀의 모습이 실제보다 훨씬 다정해 보입니다 ^^;;

체이스 타워입니다. 이 건물 앞에 유명한 샤갈의 작품 '사계'가 있습니다.

 

사계의 전체 모습입니다. 시카고 거리에서 본 예술품 중 최고였습니다. 


 
단순히 벽화가 아닙니다. 이 네모단 직육면체를 돌아가면서 모자이크로 사계를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두번 놀랐습니다. 샤갈은 정말 천재구나, 그리고 이런 작품을 이렇게 길거리에 전시할 수도 있구나...헐


가까이서 찍은 사진입니다. 시카고 미술관에 가면 샤갈의 '아메리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것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 또한 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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