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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야기

Too Big To See, Grand Canyon

그랜드 캐년은 그야말로 대자연의 신비입니다. 길이 446km, 최대 넓이 29km, 최고 높이 1.6km가 되는 거대한 협곡입니다. 수억년에 걸쳐 땅과 강, 바람과 물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콜로라도 강은 600만 년 전부터 이 지역을 흐르며 암석과 모래를 깎고 또 깎아 그랜드 캐년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랜드 캐년의 어머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랜드 캐년을 보면서 이것을 처음 발견했던 인디언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평한 대지를 가는데 갑자기 땅이 사라지고 높이 10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협곡이 나왔을 때, 대자연과 땅에 대한 두려움이 들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랜드 캐년에 가면 IMAX 영화관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그랜드 캐년을 탐험한 미국 대령 얘기가 나옵니다. 얼마나 길 지, 얼마나 험할 지 알 수도 없는데도 탐험에 나서는 그들을 보면서, 또 그런 사람들을 존경하는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것이 지금의 미국을 만든 힘 중의 하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랜드 캐년 경비행기 투어를 했습니다. 출발할 때 휘발유 냄새가 많이 납니다. 가격은 1인당 150불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비행기 멀미를 하시는 분은 적극 비추입니다. 비행기 조종사에 따라 멀미의 정도는 다른 것 같지만, 멀미할 확률이 꽤 높은듯...


비행기가 막 이륙했습니다. 귀에 쓴 헤드폰으로 그랜드 캐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한국어도 있습니다.


숲을 너머 거대한 협곡, 그랜드 캐년이 보입니다. 영화를 보면 이런 협곡들이 자주 나오지요. 평평한 땅이 갑자기 푹 꺼지면서 도망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든이 주연한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두 여성이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다 사건에 휘말려 도주하는 내용인데, 마지막 그들이 도착한 장소가 아마 여기 그랜드 캐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영화의 마지막이 정말 명장면인데, 두 여성이 수십 대의 경찰차에 쫓기다가 그랜드 캐년의 협곡 앞에 섭니다. 뒤에서는 경찰의 멈추라는 소리가 계속 되지요. 경찰에게 투항할까를 고민하던 두 여성은 서로의 손을 꼭 부여 잡고 만세를 부르며 그랜드 캐년으로 뛰어 듭니다.


드디어 땅이 갈라진 모습이 보입니다.


콜로라도 강이 협곡 사이를 흐르고 있습니다.


그랜드 캐년은 시간(햇빛)에 따라, 계절에 따라, 위치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합니다. 워낙 크고 광대한 곳이라 비행기를 타고 둘러보아도 일부 밖에 보지 못한답니다.

그랜드 캐년으로 접근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South Rim (Mather Point), North Rim, Desert View Point 이렇게 세 군데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사우스 림의 매더 포인트 먼저 들렀습니다.


매더 포인트에서 바라본 그랜드 캐년입니다. 그랜드 캐년은 위에서 바라 본 것보다는 아래서 바라 본 것이 더 멋지다고 하더군요. 시간을 좀 내서 하이킹 코스를 따라 밑에 내려갔다 오는 것도 그랜드 캐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람들이 노새를 타고 그랜드 캐년을 탐사했다고 하는데, 그것에 착안해서 노새 투어도 있습니다. 노새 투어는 한참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 것 같더군요.


역시 사우스 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기는 자리를 옮겨 데저트 뷰 포인트입니다. 광활한 벌판이 협곡으로 딱 끊겨 있습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아마 저 벌판 어딘가에서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데저트 뷰 포인트에 있는 전망 타워입니다. 원형으로 벽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빙글빙글 올라가는 길이 재미있습니다.


Desert View Point 전망대입니다.

 


데저트 뷰 포인트에서 동쪽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멀리 화산 분화구처럼 생긴 언덕이 보입니다.

그랜드 캐년은 정말 '그랜드'합니다. 서울에서 부산 거리에 거대한 협곡이 흐르고 있으니, 이렇게 몇 시간 둘러보는 것으로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비행기도 타보고, 밑으로도 내려가보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커서 실감이 안 나는 측면도 있습니다. 내 시야에 보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몇날 며칠을 여기에 머무를 수도 없는 형편이고, 찍고 다니는 여행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