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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야기

소박한 시골의 가을 정취, White Mountain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 대한항공의 여행 CF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1탄이 바로 여기서 촬영되었습니다. '마음이 빨갛게 달아오를땐.. 이젠 숨기지 않을래.. 화이트마운틴의 빨간 단풍처럼'이라는 한효주의 멘트에 삘을 받아 콜럼부스 데이 휴일이 있는 10월초, 무작정 화이트마운틴으로 단풍 구경을 떠났습니다.

보스턴을 거쳐 화이트마운틴으로 가는데, 아뿔사...양옆으로 전혀 단풍이 들지 않았습니다. 가기전에 뉴잉글랜드 Foilage 맵에서는 분명 뉴햄프셔 지역은 단풍이 거의 절정이라고 나와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이제 막 하나둘씩 단풍이 들고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가면 들었을 거야라는 저의 믿음은 점점 허탈함으로 바뀌어 갔지요. 화이트 마운틴까지 총 10여 시간의 긴 여정인데 단풍을 못보고 돌아가나 보다 생각하니 가족들 볼 면목이 없더군요 --;;

화이트마운틴 바로 밑에 있는 North Conway에 진입하려는데, 길까지 꽉 막혔습니다. 콜럼부스 데이 연휴라서 그런지 이쪽으로 놀러오는 미국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North Conway에서 가을 풍경 기차(Scenic Railroad)를 타려고 예약을 해 놓았는데 (http://www.conwayscenic.com/), 화이트마운틴을 갔다가 기차를 타려면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래도 일정을 바꾸면 또 시간이 늘어질 것 같아 바로 화이트 마운틴으로 향했습니다.

1. Mountain Washington Auto Road

최초 목적지는 마운틴 워싱턴 Auto Road였습니다. 자신의 자동차로 마운틴 워싱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http://mtwashingtonautoroad.com/). 올라가는 데 1시간 이상, 구경하는 데 30분 이상, 내려오는 데 50분 해서 모두 2시간 반 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운전이 부담되면 꼭대가까지 운행하는 차도 있습니다. 대한항공 CF에서 한효주는 기차를 타고 오릅니다 (http://www.thecog.com/). 기차로 올라가도 색다른 경험이긴 하겠지만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포기했습니다. Auto 로드는 우리 가족이 39불(차량+운전자 25불, 동승 어른 8불, 어린이 6불)인 반면에, 기차는 어른 62불에 어린이는 39불입니다. 많이 차이가 나지요 ^^


다행히 화이트 마운틴 계곡으로 들어서니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 스키를 많이 타는 곳인지 슬로프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마운틴 워싱턴 오토로드는 North Conway를 거쳐 Glen에서 Jackson쪽으로 우회전한 다음 (16번 도로) 북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나옵니다.

여기가 오토로드로 진입하는 곳입니다. 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네요. 저희는 12시쯤 도착했는데, 나중에 내려올때는 줄이 훨씬 더 길더군요.


오토로드 진입하는 작은 개울을 건너며 찍었습니다. 왼쪽 붉은 나무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마운틴 워싱턴은 바람이 매우 강한 곳입니다. 이곳 정상에서는 1934년에서 시속 372Km(초속 103m)의 바람이 관측되었답니다. 나무들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답답한 차에서 내려 좋아하던 아내와 지우도 바람에 힘겨워합니다. 참, 차문을 열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강한 바람에 확 제껴지니까요.


한효주가 탔던 그 기차입니다. 이 기차를 타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운틴 워싱턴 정상입니다. 1917m라고 하니 우리나라 한라산과 비슷하네요. 이곳은 1870m 정도 된다는 군요.


좁은 길로 차들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운전 실수로 바퀴가 빠져 견인 당하는 차도 보았고, 언덕을 오르다 열을 받아서 고장난 차도 보았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긴장도 되고 스릴도 있습니다 ^^ 이 도로는 1861년 처음 개발되어 우리가 갔던 2011년에는 150주년이 되었다네요.
 

드디어 저 아래, 오토 로드 입구가 보입니다.

2. 바틀렛(Bartlett)과 커버드 브릿지(Covered Bridge)

마운틴 워싱턴 정상에 올라가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North Conway 기차 시간에 쫓겨 내려왔습니다. 서둘러 내려갔지만, 앞에 있는 차들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고 해서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결국, 기차 시간을 놓쳤습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기차시간을 놓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특별한 Fee 없이 자리가 비어있는 뒷 열차로 표를 바꿔 줍니다. 그런데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현금으로 돌려 줄 수 없느냐 했더니 그것은 안 된답니다 ^^;;

시간을 때우려 Bartlett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North Conway에서 302번 도로를 따라 직진). 그냥 그쪽이 단풍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가다가 보니 관광버스가 서고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리는 곳이 있지 뭡니까? 우리도 따라 세웠지요. 알고 봤더니 Bartlett Covered Bridge입니다. 커버드 브릿지 안에 기념품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사진이나 영화에서나 보았지, 커버드 브릿지를 이렇게 가깝게 볼 기회는 처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브릿지 출구가 막혀있고 대신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기념품들이 많습니다.
 

커버드 브릿지를 걸으면 정말 시골에 온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바틀렛까지 갔다가 Bear Notch Road로 들어섰습니다 (바틀렛에서 좌측 방향, 남쪽으로 나있는 길입니다). 겨울에는 길을 폐쇄한다는 안내판이 있어 더 호기심이 생겼지요.


역시 산을 넘으며 화이트 마운틴의 단풍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보길 잘 했습니다.


아내와 지우는 이제 만사가 귀찮아졌습니다. 아예 차에서도 내리질 않습니다. 가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싹 사라지네요 --;;

Bear Notch 로드에서 나와 다시 North Conway로 가기 위해서 Kancamagus Highway(112번 도로)로 좌회전했습니다. 이 도로는 왼쪽으로 계곡을 끼면서 울창한 숲을 달릴 수 있는 멋진 길이었습니다. 마치 설악산 계곡에라도 온 것 같습니다.

Kancamagus Highway를 가다가 왼편으로 또 커버드 브릿지를 발견했습니다. Albany Bridge입니다. 예전에 이 길로 마차도 다니고, 차도 다녔답니다. 지금도 차들이 이 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우리도 Kancamagus Highway에서 빠져 나와서 이 다리를 통해 구불구불 숲길을 지나 North Conway로 갔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줍니다.

3. 노스 콘웨이 풍경 열차 (North Conway Scenic Railway)

노스 콘웨이 풍경 열차는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코스에 따라 시간과 가격대도 다양합니다. 좌석도 일반석(Coach)와 일등석이 있습니다. 아내나 지우가 기차를 오래타는 것을 지루해해서 가장 싸고 짧은 55분짜리를 일반석으로 예약했습니다 (어른 14.50불, 어린이 10불). 원래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기차를 타는 Dining Car를 하고 싶었는데, 이미 매진이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는 노스 콘웨이 기차역입니다.


증기기관차라 출발할 때 냄새도 나고 소리도 시끄럽습니다.


창밖으로 사진찍기 놀이. 사진이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


동네 아저씨가 나와서 손도 흔들어 주네요 ㅎㅎ


이렇게 기차길을 아득히 보고 있으면, 이 기차가 나를 추억 속의 시간으로 데려다 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나네요. '나 돌아갈래~' 외치던 설경구도요..^^;;


이제 해가 서서히 긴 그림자를 내려뜨리며 지기 시작합니다. 이곳에도 커다란 옥수수밭이 있네요.


1시간이 채 못되는 기차여행이 끝났습니다. 제목은 Scenic이었지만, 막상 끝내주는 풍경은 없었습니다. 낡은 증기기관차가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정도였지요.

화이트 마운틴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커버드 브릿지를 만났습니다. 맑은 개울을 아래로 두고 가을 숲을 가로질러 서 있는 붉은 색 지붕의 다리가 참 예쁩니다. 게다가 그 위에 노을 빛에 살짝 물들어 있는 둥근 구름은 더 예술입니다.

한효주에게 삘을 받아 출발한 화이트 마운틴 단풍여행...너무 이른 출발에 온 산과 계곡을 물들일 눈부신 단풍은 만나지 못했지만, 마운틴 워싱턴과 Bear Notch 로드에서 보았던 형형색색의 단풍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히 화려했습니다. 무엇보다, 우연히 마주친 커버드 브릿지와 노스 콘웨이의 낡은 증기기관차 덕분에 미국 시골의 가을 정취를 가슴에 듬뿍 담아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