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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야기

알래스카 크루즈 ① - 준비, 출발, 그리고 항해

미국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중 하나가 '크루즈'였습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뭔가 여유있고 고급스러운 여행에 대한 환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델라웨어에서 가장 가까운 크루즈항은 '볼티모어'나 '뉴저지'지만, 크루즈가 많지도 않고 항해일수가 길어 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보면, 플로리다에 갔을 때 마이애미나 잭슨빌, 탬파 같은 곳에서 3박4일이나 4박5일 정도의 길지 않은 크루즈를 타곤 합니다.

사실, 알래스카 크루즈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저도 주변의 이웃들처럼 플로리다 여행을 가서 크루즈 맛을 좀 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기왕에 크루즈 탈거면 알래스카를 가보자고, 평생 두번 가기 힘든 곳 아니겠냐고 그러더라구요. 아, 머리가 복잡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일단 기간도 7박 8일 이상 되었고, 가격도 비쌌거든요. 하지마, 결단을 내렸죠. 이때가 아니면 못한다고... 익스피디아 (www.expedia.com), 크루즈 닷컴(www.cruise.com),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을 몇주간 뒤지면서 가장 싼 기간과 가장 싼 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알래스카 크루즈는 4월부터 9월까지만 하더군요. 성수기인 7, 8월이 가장 비싸고 여기서 멀어질 수록 가격이 싸긴 한데 그렇다고 플로리다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처럼 바겐세일은 없습니다. 알래스카 크루즈 같은 것은 미리 일정을 정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무작정 Last Minute 세일을 기다리도 쉽지 않았습니다. 선사도 여러 종류였고, 항로로 조금씩 달랐습니다. 시애틀과 뱅쿠버, 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돌아오는 것도 있고, 아예 앵커리지와 시애틀/뱅쿠버를 편도로 움직이는 크루즈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알래스카의 수도인 주노, 스캐그웨이, 글레이셔 베이, 케치칸, 빅토리아를 거쳐 다시 시애틀로 돌아오는 7박 8일짜리 크루즈를 선택하였습니다. 선사는 노르웨이전이었는데, 일정과 가격을 보고 정한 것이지 특별히 선사에 대한 선호는 없었습니다. 노르웨이전 보다는 프린세스가 더 고급이고, 누구는 셀레브러티가 더 좋고 얘기가 많은데, 크루즈를 처음 타본 우리 가족은 노르웨이전도 좋기만 했습니다.

가격은 같은 선사라도 사이트마다,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졌는데 기본적으로 큰 변동은 없고, 출발일이 가까워질 수록 가격은 오히려 조금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가장 저렴한 Inside로 했는데, 좁고 답답하기는 했습니다. 방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큰 창이나 발코니가 있는 방이 아니면 작은 동그란 창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더군요.

시애틀 공항에 내려 셔틀(유료)을 타고 피어 66으로 향했습니다. 시애틀 공항에 내리는 상당수의 관광객들이 크루즈 승객이더군요. 피어 66에서 안내에 따라 수속(여권 필요)을 하고 크루즈에 탑승했습니다. 우리 방을 찾았더니 아직 청소가 덜 끝났더군요. 가방을 들고 바로 윗층 부페로 가서 식사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서서히 배가 출발합니다.

시애틀을 뒤로 하고 크루즈가 항해를 시작합니다.


여기는 갑판 위 수영장입니다. 아직 수영하거나 자쿠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이곳저곳 크루즈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크루즈에는 키즈 클럽이 있어 부모들이 다니는 동안 아이들을 여기 맞기면 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다 전망까지 좋습니다. 우리 방보다 훨씬 낫죠 ^^


지우가 이층침대에서 내려오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원래 2인 1실인데, 어린이가 더 투숙할 경우 2층 보조침대를 만들어 줍니다.


배가 시애틀을 떠난 지 한참 지나자 오른쪽으로 눈덮힌 산들이 펼쳐집니다. 멀리 보이는 곳이 캐나디언 록키인지,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Summer Palace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보통 크루즈에 가면 지정된 좌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노르웨이전 펄은 Casual 컨셉의 크루즈라서 옷도 자유롭게 저녁도 지정된 좌석없이 오는 순서대로 서빙을 해줍니다.


디저트, 쵸콜릿 푸딩입니다.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맛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컵케익 만들기 이벤트가 있어서 참여했습니다.
 

지우가 컵케익을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이 컵케익은 곧바로 지우의 입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

크루즈에서는 이런 식의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데, 그 전날 나누어 주는 소식지에 각종 쇼나 행사 정보가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행사를 한다는 내용인데, 선착순으로 하는 행사는 최소한 30-40분전에 미리 가는 게 좋습니다. 꼼꼼히 일정을 살펴보고 미리 계획을 세우는 만큼 더 재미있는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녁에 메인 극장에서 열리는 쇼는 매일 꼭 빼놓지 말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뮤지컬 콘서트나 서커스 같은 다양한 쇼를 하는데 놓치면 아쉽습니다. 사람들이 꽉 들어차니 최소한 30분이전에는 가셔야 합니다. 우리 가족은 첫날을 아무 생각없이 쇼를 놓쳤는데, 둘째날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빼놓지 않고 꼭 보았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스튜어드가 방을 깨끗히 치워놓고 수건으로 예쁜 강아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서부여행이 끝난 다음이라 우리 가족 발에 새하얀 샌달자국이 났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내일의 기항지를 기대하며 잠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