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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이야기

필리스 야구 관전기 - 야구장이 즐겁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델라웨어 윌밍턴은 필라델피아에서 30-40분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델라웨어가 워낙 작은 주이고, 대도시도 없다보니 자연스레 저희 지역은 필라 생활권이더군요. 방송도 필라 지역방송이고, 응원하는 스포츠팀도 다 필라팀입니다.

더욱이 최근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과감한 투자로 2000년대 중반부터 리그 최정상급 팀으로 군림하면서 필리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은 매우 뜨겁습니다. 뉴욕 양키스 같은 팀에 매번 눌려 있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좀 앞서는 분위기죠. 하지만 아쉽게도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포스트 시즌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야구장입니다. 시티즌뱅크 파크라고 하지요.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을 지나 좀 가면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편 Exit 17 Broad St.로 빠지면 필리스 야구장, 이글스 스타디움, 웰파고 센터가 있는 스포츠 컴플렉스가 나옵니다. 우리 가족이 사는 윌밍턴에서는 50분 가량 걸립니다.


여기는 3루쪽 출입구입니다. 필리스의 전설적인 3루스 Mike Schmidt의 동상이 있습니다. 198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올랐지요.


지금, 투타에서 필리스를 이끌고 있는 슈퍼스타 하워드(왼쪽, 1루수)와 할러데이(오른쪽, 투수)입니다. 우리 지우가 가장 먼저 산 저지가 바로 등번호 6번의 하워드 옷이었지요.


여기가 야구장 내부인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규모가 상당합니다. 4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구장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큰 구장인데도 제가 갔던 두번의 경기 모두 만원이었습니다. 2011년 평균 관중 수가 4만 5000명 정도였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거의 모든 경기가 매진되었다는...ㅎ


미국 야구장은 단지 게임만 구경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구장 내부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 야구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사진 아래는 투수들이 몸을 푸는 볼펜이고, 그 위는 관중들이 서서 맥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경기를 즐길 수 있게 가게 앞에 스탠딩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왼쪽 담쟁이 넝쿨있는 벽은 필리스 명예의 벽(Wall of Honor)라고 해서 역대 필리스의 기록과 스타들이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괜찮다는 잠실야구장만해도 이미 지은지 30년이나 되는 낡은 시설에 어둡고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이지요. 관중석 말고는 마땅하게 쉴 곳도 없는. 필리 야구장을 찾은 느낌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밝고 활기차고 다양하고 재밌다' 였습니다. 한 마디로 부럽죠. 이렇게 축적된 사회 인프라가 우리와 격차가 느껴지네요. 하긴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는 전혀 다른 실망스런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필리야구장의 대표 먹거리입니다. 올드베이시즈닝을 잔뜩 뿌린 감자튀김(Crab Fries). 맥주 안주로 무지하게 먹더라구요. 올드베이시즈닝은 보통 동부 연안, 특히 메릴렌드에서 많이 잡히는 게에 뿌려먹는 소스인데 처음 맛은 라면스프와 비슷하면서 매우 짭니다. 그런데 이것을 몇번 먹다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어 제법 먹을만 해집니다.


지우가 가장 좋아하는 플로리나 인형에 필리스 모자를 씌웠네요.


필라델피아의 상징 자유의 종입니다. 필리 야구단의 심볼이기도 하구요. 홈팀 선수가 홈런을 치면 자유의 종이 번쩍번쩍 울린답니다. 첫번째로 보러 갔던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는 하워드가 만루홈런을 포함해 홈런 두 개를 쳐서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미국 야구장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 우리나라는 홈경기라도 방문팀 응원관중이 좀 있고, 보통 3루 방문팀 덕아웃 위에는 방문팀 응원관중이 꽤 규모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방문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방문팀 선수가 홈런이라도 치면 경기장 전체가 싸늘해지면서 박수치는 사람조차 없는 것 같더군요. 특히, 포스트시즌이 되면 관중 모두가 필리스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 전체를 붉게 물들입니다.

메이저리그 표는 보통 해당 팀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저렴한 표는 20-30불 선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3층에서 보았는데, 보는 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전광판이 잘 되어 있고, 야구장 곳곳에 작은 전광판에서 기록들도 그때그때 잘 보여줘서 경기 관람에 도움을 줍니다. 참, 필리스 구장은 사방이 트여있어 바람이 엄청 세게 붑니다. 봄, 가을에 관람하려면 여벌 옷은 한두개 더 가져가야 합니다. 입장할 때 유리병이나 캔음료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니 마음껏 간식을 싸가세요. 야구장에서는 먹는 것도 큰 재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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