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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야기/동북부/캐나다

착한 유한계급의 도시, Newport

유한계급(有閑階級, the Idle Class or the Leisured Clas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산적인 노동은 하지 않고 소유한 재산(가진 돈), 운영하는 재산(굴린 돈)으로 놀고 먹는다는 뜻이지요 ^^;; 그다지 긍정적인 단어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뉴포트를 찾았을 때 느낌은 여기는 정말 유한계급의 도시구나 였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경치좋은 바닷가에 호화별장을 지어놓고 여름 한 철 잘 놀다갔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팔자가 어디있겠습니까?

미국에서 제일 작은 주, 로드 아일랜드의 뉴포트에는 이러한 부자들의 맨션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브레이커스 (주소: Ochre Point Ave, Newport)에서 시작해서, The Elm, Chateau-sur-Mer, Hunter House, Rosecliff, Mable House 등등 각자의 역사와 개성을 갖고 있는 맨션들이 즐비합니다. 각각의 맨션에 대한 소개와 개관시간, 입장료 등은 뉴포트 맨션 사이트  http://www.newportmansions.org/ 를 보면 됩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밖에서 맨션을 보는데는 돈을 낼 필요는 없고, 맨션 안을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를 냅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헤드폰을 하나 주는데 맨션내부의 번호 순서대로 가면 그 헤드폰에서 설명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듣는데 나중에는 약간 지루해집니다.

우리 가족은 보스턴에 가는 길에 뉴포트를 반나절 들렸는데, 우선 제일 유명한 브레이커스로 가서 거기에서 입장권을 샀습니다. 밖에서만 볼까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맨션을 들어가보자 하고 입장권을 샀습니다. 브레이커스 하나만 보는데는 성인 19.50불/어린이 5.50불 이고, 브레이커스에 한 맨션을 더보는 데는 성인 24.50불/어린이는 6.50불이었습니다. 돈 차이가 별로 안나지요? 그래 기왕에 보는 것 하나 더 보자해서 브레이커스 플러스 티켓을 샀는데, 사실 맨션 내부는 브레이커스만 보면 될 것 같더군요.


뉴포트 최대의 맨션, 브레이커스의 대문입니다. 브레이커스 주차장은 바로 이 대문 앞에 있습니다.


브레이커스 정문에 들어가기 직전입니다. 뉴포트 안내책자와 티켓입니다. 맨션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여기는 브레이커스 측면입니다. 여름 한철쓰는 별장 치고는 정말 크지요? 내부는 더 으리으리 합니다.  수십개의 방에, 서재에, 하인들의 방과 통로는 따로 있고...내부도 화려하게 꾸며 놓았더군요. 그당시 이 별장을 소유했던 밴더빌트 가문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커스의 뒷편은 널다란 잔디밭입니다. 바다를 보고 있지요.

두번째로 찾은 맨션은 로즈클리프(Rosecliff)입니다. The Elm도 많이 본다고 하던데 같은 밴더빌트 가문이 소유했던 별장이라고 해서, 정원이 예뻐보였던 로즈클리프를 찾았습니다. 사진과는 달리 관리 상태가 부실합니다. 


로즈클리프 맨션 앞에서 두 모녀의 정겨운 포즈...ㅎㅎ


여기는 로즈클리프 뒷편입니다. 넓은 잔디밭에 이렇게 시원하게 바다가 보이는 정원을 갖고 있습니다.


건축 양식이 좀 달라서 들려본 Chateau-sur-Mer 입니다. 실제로 보니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맨션투어를 하다보면, 처음에 브레이커스를 본 다음에는 급격하게 흥미가 떨어지고 지루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맨션 투어가 보통 예전에 그 맨션의 주인이 쓰던 방과 가구, 복식 등을 보고, 그 가문의 역사를 듣는 것인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좀 보다가 나중에 금방 지치더군요 ^^;; 가문이 여럿 나오는데 잘 구별되지도 않고 제 귀에는 가문 역사에 대한 설명이 돈 많아서 호강했구나 정도로 들렸습니다 --;;

그래도 미국의 부자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의 기부문화입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상당 부분의 사회적 부(Social Wealth)가 미국의 부자들이 사회에 기부한 재산이라는 사실이 참 부럽습니다. 미국의 부자들을 보면, 그들의 재산을 자신의 아들딸에게 물려주기 바쁜 우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학과 도서관, 미술관과 박물관, 공원 등등 사람의 이름을 딴 건물들을 보면 상당수가 부자들이 사회로부터 거둔 자신의 재산을 독점하지 않고 사회와 나눈 흔적들입니다.

뉴포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뉴포트 맨션들은 대부분 뉴포트맨션 보존재단의 소속인데, 상당수가 기부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맨션을 소유했던 사람이 기부하기도 하고, 또 그 후세가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 땅이라도 아까워서 대대로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것이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고, 상속세 같은 제도적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다는 것, 참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