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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듀퐁가문 연대기, Hagley Museum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윌밍턴 근처에는 듀퐁 가문과 관련이 있는 곳이 참 많습니다. 롱우드가든이 대표적인 곳이고, 윈터서(Winterthur)도 그렇고, 이번에 찾은 해글리 뮤지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듀퐁 어린이 병원, 박세리가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며 LPGA 우승을 했던 듀퐁 골프장, 그리고 A.I.듀퐁이라는 이름의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해글리 뮤지엄은 윌밍턴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뮤지엄으로 듀퐁가문(E.I. 듀퐁)이 처음으로 뿌리내렸던 곳(집과 공장 등)을 보존해 놓은 곳입니다. 롱우드가든(피에르 듀퐁)이나 윈터서(A.I.듀퐁)보다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지요. 입장료는 어른 11불, 어르신과 학생 9불, 어린이(6-14세)는 4불인데, 제가 꼭 가입하기를 권하는 '델라웨어 자연사박물관 회원'이면 여기도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웹사이트: http://www.hagley.org/index.html, 주소: 298Buck Road, Wilmington, DE 19807)

 

원래 듀퐁 가문은 프랑스에서 살았는데, 프랑스 혁명기에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피에르 사무엘 듀퐁은 자유주의자(혹은 민주주의자)였다고 하는데, 프랑스 혁명의 혼란기에 자식들을 데리고 새로운 대륙을 찾아왔지요. 그와 함께 미국으로 온 아들 중에서 둘째인 E.I.듀퐁(Eleuthère Irénée du Pont)이 1802년 듀퐁이라는 화학회사을 창립하게 됩니다.

 

초기 듀퐁은 화약(Gunpowder)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델라웨어 윌밍턴 지역의 브랜드와인이라는 계곡에서 수력을 이용하여 공장을 돌렸다고 합니다. 그곳이 바로 지금 해글리 뮤지엄 자리이지요. 이렇게 화약을 만들어 팔던 듀퐁이라는 회사가 남북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일론과 같은 합성섬유,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서게 된 것입니다.

 

 

여기가 해글리 뮤지엄 입구입니다. 오른편 뒤로 보이는 건물이 비지터센터 겸 박물관입니다.

 

원래 브랜디와인 계곡은 수력을 이용한 제분소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듀퐁공장이 생기고, 듀퐁은 화약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지요.

 

그러던 듀퐁이 나일론을 만들어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됩니다. 모든 여성들의 다리를 사로잡았지요 ^^;;

 

나일론 뿐만이 아닙니다. 치솔, 수세미 등 각종 합성수지제품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습니다.

 

 

라이크라 섬유도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뒤에 우주복도 듀퐁제품이라네요 ㅎㅎ 

 

 우리 생활 곳곳에서, 멀리 달나라까지 듀퐁의 손이 미치 않은 곳이 없네요...헐...

 

한때는 차도 만들었다는데, 결국 실패하고 포드에 넘겼다고 합니다. 

 

뒤에 보이는 집이 E.I. 듀퐁이 살았던 집이라고 합니다. 가이드 투어로 내부에도 들어가는데, 사진 촬영은 안됩니다.

 

여기는 Sunday School입니다. 당시 노동자와 그 자녀들을 교육시켰던 장소지요. 성경이 주요 과목이었답니다.

 

들어가면 깃털펜으로 알파벳을 써 볼 수 있습니다 ^^;;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체험이지요. 

 

화약을 만들었던 건물과 화약을 운반했던 철로입니다.

 

수력을 이용하여 터빈을 돌리면, 이렇게 기어를 연결한 장치로 동력을 전달해서 언덕 위에 있는 기계를 돌렸답니다. 

 

뮤지엄 투어를 마치고 다시 비지터 센터로 돌아갑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강이 Brandywine River입니다. 듀퐁가문의 젖줄이었지요.

 

델라웨어에 2년을 살면서 수도 없이 듀퐁 가문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듀퐁 가문의 시작을 직접 보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문의 역사가 기업의 역사가 되고, 기업의 역사가 지역의 역사가 되어 보전 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화약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것이 꼭 자랑스런 일은 아닐 것 같은데도, 뮤지엄까지 만들어 잘 보전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듀퐁이라는 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듀퐁은 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윤을 자기들만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역을 위해 투자하고 사회에 환원해 왔습니다. 롱우드 가든이 그렇고 듀퐁 어린이병원이 그렇습니다. 이 근처의 많은 학교들이 듀퐁의 지원을 받았고, UD 화공학과가 미국 최고 수준인 것도 듀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요.

 

이렇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왔으면, 그리고 우리 어린이들이 그런 기업을 보면서 기업가의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